청소년 자살률 문제가 심상치 않다. 우리나라 청소년 자살률은 인구 10만 명당 11.7명으로 OECD 3위다. 우리를 제외한 전 세계에서 청소년 자살률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는데, 우리만 계속 상승하고 있다. 우리만 자살률이 올라간다는 것도 충격적인데, 그것도 엄청난 가속도가 붙어 있다. 2015년에 7명대였던 것이 2023년에 11.7명까지 가파르게 늘어났다.
그런데 뜯어보면 더 충격이다. OECD 집계에서 청소년은 10-24세까지를 포괄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그러니까 대학생까지 집계한다는 거다. 대학생에 해당하는 20-24세만 따로 떼어놓고 보면, 자살률은 23명으로 OECD 평균의 2배가 넘고, 전 세계 압도적인 1위다.
자살 문제는 성인, 노인의 문제에서 청년, 청소년의 문제로 옮겨 왔다. 한창 희망으로 가득 차 있어야 할 세대가 왜 절망하고 있을까. 어느 전문가는 “불안정한 고용과 주거 문제,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사회적 기대로 인한 정신적 부담, 자살 관련 미디어 보도의 영향”을 지목했다고 한다. 다 맞는 말일 거다.
얼마 전 KBS 추적 60분에서 ‘7세 고시’에 대해 보도했다. 7살짜리 어린애들한테 고등학교 수능 수준을 뛰어넘는 영어, 수학 공부를 시키고 시험을 보게 한다는 거다. 심지어는 7살짜리 아이들이 다닐 학원을 준비하기 위해 더 어린 나이에 ‘학원 입학 준비 과정’을 밟는 또 다른 학원에 다니게 시킨다는 내용이 눈에 띄었다. 4-5살부터 그 과정을 시작하는 경우도 많단다. 나는 4-5살 때 민들레 홀씨 주워서 뿌리고 다녔고, 하루 종일 마당에 앉아 있고 그랬다. 그런데 이제는 고등학교 수능 과정을 뛰어넘는 영어, 수학 공부를 해야 한댄다.
그러는 와중에도 많은 부모들이 ‘종교는 아이들의 선택이어야 한다.’라며 종교 교육을 시키고 영적 역량을 키우는 일에는 손 하나 까딱하지 않는다. 시험을 보고 점수를 받는 것보다 훨씬 더 초월적인 가치가 있다는 사실을 아이들은 배우지 못한다. 그저 더 좋은 유아용 영어 학원, 사립 초등학교, 국제 중학교, 외국어·과학 고등학교, 명문 대학교, 대기업에 들어가는 것이 인생의 전부라고 배우며 청소년기를 보내고 만다. 어쩌다 우리에게 초월적 가치를 배우는 것이 “그런 건 나중에 여유 되면 알아서 하는 것”이 되었을까.
미국에서 총기 난사 사건이 너무 충격적이라고 국내 미디어에 보도되곤 하지만, 미국 청소년의 총기 사망률은 인구 10만 명당 3.5명에 불과하다. 그것도 심각하다고 난리인데, 우리 청소년들은 사고도 아니고 자신의 선택으로 (인구 10만 명당) 11.7명이 목숨을 버리고 있다. 대학생은 무려 23명이.
이래도 신과 초월적 가치를 가르치는 것이 “그런 건 나중에”의 문제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