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7.6.

스타벅스의 올해 프리퀀시 이벤트에 접이식 의자가 나왔다. 작년보다 쓸만한 물건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나도 프리퀀시 모으기에 돌입했다. 그러나 기어코 한판을 다 채웠음에도, 도무지 물량이 없어 예약을 할 수가 없었다. 그러던 와중에 신규 물량이 배정되었고 오늘 아침 7시부터 예약할 수 있다는 공지를 봤다. 나는 무려 6시부터 일어나서 예약을 준비했다.

7시가 되자마자 예약하기 버튼을 눌렀으나, 화면에 대기자 20만 명이라는 어마어마한 숫자가 떴다. 남은 대기 인원 9천 명에서 도저히 숫자는 바뀌지 않았고, 오랜만에 전 대학 다닐 때 수강 신청 하느라 안달복달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결국 나갔다 들어오면 다시 대기 줄을 서야 한다는 경고문에도 불구하고, 조급한 마음을 이기지 못하고 나갔다가 다시 들어가고야 말았다. 그러자…. 대기자가 50만 명이라는 안내가 떴다. 오늘 아침, 도합 70만 명이 그 접이식 의자를 받겠다고 아침부터 일어나서 온라인 줄을 섰던 것이다.

결국 포기하고 앱을 꺼버렸는데, 그때부터 분노가 일기 시작했다. 처음부터 추첨 이벤트가 아니라 몇 잔 이상의 커피 소비를 하면 보상으로 제공하는 사은품 개념이기 때문에, 줄을 잘 서고 클릭을 잘하는 일부에게만 재화가 돌아가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충분한 물량을 확보하지도 않은 점에서 소비자 기만이라는 생각마저 들기도 했다. 분노하다가 이따위 의자 하나 원가가 얼마나 되겠나! 하는 생각으로 알리익스프레스에 들어갔다.

그런데 해당 사이트에서 정말 그야말로 똑같이 생긴 의자를 찾아내고야 말았다. 세부적인 디자인에서 차이가 전혀 없었다. 해당 물품의 가격은 12,500원. 며칠 전에 배송이 늦어져 미안하다며 보내주기에 받아뒀던 쿠폰을 적용하니, 11,200원이 되었다. 스타벅스는 초대규모 발주를 했을 테니, 훨씬 더 저렴한 가격에 매입했을 것이고, 어쩌면 그 의자의 매입 원가는 1만 원이 안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프리퀀시 한 판을 다 채우려면 10만 원어치는 마셔야 하는데…. 이게 가당키나 한 일인가 싶은 생각에 다시 분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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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알리에서 그 의자를 사고야 말았는데, 문제는 그때부터 분노가 사르르 융해되어 사라지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어라. 왜 분노 수위가 이렇게 낮아졌을꼬. 그제야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었다. ‘나는 스타벅스의 불공정한 재화 분배에 따른 공정성 문제에 분노했던 것이 아니구나. 단지 그 의자를 ‘내가’ 갖지 못한 것에 분노했던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5년 전 실제로 공정위가 스타벅스 프리퀀시 이벤트에 대한 법률문제를 검토한다는 기사를 보면서, 대기업의 사행성에 기댄 마케팅에 현 정부가 제동을 걸어줬으면 좋겠다는 분노어린 생각을 했었는데, 분노는 스타벅스를 향한 것이 아니었고, 갖고 싶었던 의자를 갖지 못한 나 자신의 처지를 향한 것임을 알게 되었다. 부끄럽지만 그게 맞는 것 같다.

이주 노동자, 타성별, 타 세대를 향한 분노를 표출하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그런데 이것도 오늘 나와 같은 종류의 분노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사실은 이주 노동자, 다른 성별, 다른 세대가 정말로 문제라 생각하며 미워하는 것이 아니고, 점점 초라해지는 자신의 처지에 대한 불안감이 터져 나오는 것인데, 본인은 합당한 방향으로 분노를 표현하고 있다고 믿고 있는 것에 불과한 것 아닌가 하는, 그런 생각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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