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몇 일 전에 교구장님 탄핵 메시지에 관련된 글을 하나 올렸는데, 몇몇 피드백을 받았다. 첫 번째는 한국전쟁 때 피아식별을 해야만 했던 아픔은 그야말로 적과 아군의 식별 문제였는데, 이번 탄핵 정국은 ‘옳으냐 그르냐.’의 문제에 더 가까웠기 때문에 비유가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었다. 사실 이번 정국을 ‘옳다, 그르다’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양심적 선택의 문제로 보지 않는 것 자체가 한 쪽 편을 들어주는 모양새가 된다는 이야기와도 맥이 닿는 지적이다.
일리가 있는 말이다. 교회가 여전히 제 몫을 할 수 있다고 믿고 기대하기에, 더 많은 것을 희망하며 하는 소리라고 이해해 달라는 겸손한 첨언이 더욱 마음을 쓰라리게 했다. 차라리 분노에 차 있는 호통이었으면, 속으로 정신승리라도 했을텐데.
정의를 갈구하는 거룩한 분노와 정화되지 못한 개인적 공허함에서 비롯되는 감정적 대응에 가까운 분노. 이 둘을 구분하는 것이 개인 내면에서는 참으로 중요한 문제라는 사실은 여전하다. 정국이 어느 정도 해소됐으니, 내적 문제에 근본적인 숙제를 안고 사는 우리라는 것을 되새기자고 호소였다고 말하고 싶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공동체적 문제에 대한 충분한 예언자적 소명의 실현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주장에 다시금 마음이 아파진다. ㅠㅜ